내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을 것
작성자 조덕현
조회수 : 1,505회
작성일 20-07-24
본문
대학을 갓 졸업했을 무렵, 나는 한 회사에서 인턴을 했다.
내가 처음으로 배정된 팀에서 만난 주임은
나를 하인처럼 대했다고 할까? 갑질이 적당할 듯.
자기 앞에 있는 모니터를 10cm 옮기는 것도 나를 시켰고,
사소한 실수만 해도 "나 엿 먹여?"라며 면박을 줬다.
사회생활이 처음이었고,
모든 게 평가 대상이었던 인턴 신분의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저 이 집단의 가장 아래 놓여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호모인턴스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인턴십을 마치고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잠자리에 드는데 갑자기 그 선배 생각에 분한 마음이 일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참을 수 없었던 건, 그녀가 나에게 한 행동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도 표정 한 번 구기지 않은 나 자신이었다.
큰 권한이 있던 것도 아닌데
대단한 권력이라도 지닌 듯 구는 그녀에게
나는 단 한번도 꿈틀하지 못했고,
그런 나의 태도는 그녀가 나를 점점 더 하대하게 만들었다.
좀 다른 경우긴 하지만,
민주화 운동을 하다 고문을 당했던 사람들이
과거를 떠올리 때, 가장 괴로운 건 그때 겪은 고통이 아니라
고문관에게 잘 보이려 했던 자신의 비굴함이라 했다.
물론 그것이 우리의 잘못은 아니지만 사람의 자존감에 치명상을 끼치는 건,
부당한 대우 자체보다 부당한 대우에 굴복한 자기 자신인 거다.
그러니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은 이에게,
우리를 존증하지 않는 이에게, 친절하려 애쓰지 말자.
상황을 바꿀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그들에게 비굴해지지는 말자.
저열한 인간들로부터 스스로의 존엄함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에겐 최소한의 저항이 필요하다.
"갑질이란,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갖추지 않은
천박한 갑과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요구하지 않는
무력한 을의 합작품이다."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글)에서 -
내가 처음으로 배정된 팀에서 만난 주임은
나를 하인처럼 대했다고 할까? 갑질이 적당할 듯.
자기 앞에 있는 모니터를 10cm 옮기는 것도 나를 시켰고,
사소한 실수만 해도 "나 엿 먹여?"라며 면박을 줬다.
사회생활이 처음이었고,
모든 게 평가 대상이었던 인턴 신분의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저 이 집단의 가장 아래 놓여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호모인턴스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인턴십을 마치고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잠자리에 드는데 갑자기 그 선배 생각에 분한 마음이 일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참을 수 없었던 건, 그녀가 나에게 한 행동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도 표정 한 번 구기지 않은 나 자신이었다.
큰 권한이 있던 것도 아닌데
대단한 권력이라도 지닌 듯 구는 그녀에게
나는 단 한번도 꿈틀하지 못했고,
그런 나의 태도는 그녀가 나를 점점 더 하대하게 만들었다.
좀 다른 경우긴 하지만,
민주화 운동을 하다 고문을 당했던 사람들이
과거를 떠올리 때, 가장 괴로운 건 그때 겪은 고통이 아니라
고문관에게 잘 보이려 했던 자신의 비굴함이라 했다.
물론 그것이 우리의 잘못은 아니지만 사람의 자존감에 치명상을 끼치는 건,
부당한 대우 자체보다 부당한 대우에 굴복한 자기 자신인 거다.
그러니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은 이에게,
우리를 존증하지 않는 이에게, 친절하려 애쓰지 말자.
상황을 바꿀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그들에게 비굴해지지는 말자.
저열한 인간들로부터 스스로의 존엄함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에겐 최소한의 저항이 필요하다.
"갑질이란,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갖추지 않은
천박한 갑과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요구하지 않는
무력한 을의 합작품이다."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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